◎우리 文字는 韓字[韓文]와 訓民正音이다
金時晃<慶北大學校 名譽敎授>
四五千年 前 東洋古代에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되어 내려온 象形文字는 보통 漢字 漢文이라고 하며, 중국 사람들이 만들었는데, 이천 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까지 사용하여 왔다. 그리고 日本 越南 말레이시아 등이 사용함으로써 동아시아의 共通文字가 되었다.
그러나 漢字 漢文이라는 것이 中國文字라고 하지만 중국 사람의 言語에 맞지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에 宋나라 때 와서 中國語에 맞는 白話文이 만들어 졌고, 일본의 가나가 생겨났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言語에 서로 통하지 않는 점이 있고, 또 일반인들이 모두 쉽게 배워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朝鮮 初期에 世宗大王의 訓民正音이 創製되어 일반인들에게 널리 쓰여 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中國人도 漢文은 中文이라 하지 않고 古文이라하며, 白話文을 中文이라고 한다. 아마 漢文이라고 하는 古文이 中國人의 言語生活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漢文 곧 古文은 뜻글자[表意文字]이기 때문에 音聲言語에 꼭 맞지 않음은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한편 東洋의 經傳에 사용된 文字를 조금 깊이 살펴보면 글자의 모양과 뜻은 중국의 白話文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글자의 音에 있어서는 매우 다르며, 文法과 文章 構造가 같지 않은 점을 發見할 수 있다. 古文은 東夷 西夷 時代에 거의 自然發生的으로 만들어져서 秦漢시대에 定着되었다고 볼 수 있고, 白話文은 唐나라때부터 宋나라에 이르러 古文을 바탕으로 하여 中國語音에 맞게 만든 것이다. 古文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사용되어 왔으므로 韓國韓文 곧 韓文이라 해야 하며 訓民正音과 混用되고 있다. 中國은 古文과 白話文이 같이 쓰이고 있다. 古文과 白話文의 다른 점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韓國語는 원래 添加語이기 때문에 韓文에는 많은 語助辭가 앞뒤에 첨가되어 語辭를 돕기도 하고, 語尾變化를 시켜 名詞를 動詞化 한다. 따라서 語助辭가 있는 곳에서는 대부분 띄어 읽게 된다. 그러나 中國語는 孤立語이기 때문에 白話文에 助辭가 없고 語尾變化가 없으며 狀況과 내용에 따라 같은 글자가 名詞와 動詞로 사용된다.
둘째 한국어와 중국어는 語順이 같지 않으므로 主語와 敍述語 目的語의 순서가 反對인 경우가 많다. 孟子 梁惠王 下篇에 있는 ‘讀樂樂과 與人樂樂’의 樂樂의 음은 古文으로는 악락[音樂을 즐긴다]이라고 읽는데, 中文에서는 낙악으로 읽는다. 論語의 ‘君君 臣臣 父父 子子’와 ‘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란 文章을 보면 古文에서는 앞의 ‘君臣父子’ 字는 모두 名詞이고 뒤의 ‘君臣父子’字는 모두 動詞인데 中文에서는 반대로 본다. 그러나 ‘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의 경우는 앞의 君臣父子를 名詞로 볼 수밖에 없다.
셋째 文字의 音價가 韓國과 中國이 갖지 않다는 것을 看過해서는 안 된다. 世宗御製訓民正音諺解에 ‘漢音은 中國소리’라 했다. 古文인 漢字를 중국에서 빌어 왔다면 처음부터 中國音으로 읽어야 했을 것인데 언제부터 어떻게 되어 중국과 다르게 읽은 것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筆者는 이점이 가장 궁금하며 이해할 수가 없다. 古文의 韓國音이 먼저인지 中國音이 먼저인지를 알 수가 없지만 필자의 愚見으로는 韓國音이 먼저였다고 보고 싶다.
古文은 韓國 사람들이 만들었던 빌어 왔던 간에 수 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써 왔고 읽어 왔으며, 의식과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므로 韓國 文字는 韓字 韓文과 訓民正音임을 認定해야 할 것이다. 韓國人이 옛날부터 입던 옷이 한 때 唐元明淸의 흉내를 내었더라도 漢服이라 할 수 없고 韓服이라 해야 하며, 오랫동안 漢醫라고 하던 것을 30餘年 전부터 韓醫라 한 것은 先見之明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大學校의 漢文學科와 漢文敎授, 初中等學校의 漢文敎師 漢文敎科書와 漢文時間은 固定不變이며, 韓文敎育은 필요 없고 한글專用이라야 된다고 固執하는 사람들도 이제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英語 數學을 가지고 수많은 불쌍한 학생들을 몸서리치게 괴롭히는 때가 빨리 사라져야 하겠고, 앞으로 韓文敎育이 제자리를 잡아서 韓文濫用 때문에 어린 學生들과 一般大衆이 모두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韓字와 韓文은 우리의 먼 조상들이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것이므로 우리의 歷史와 文化를 고스란히 담아 傳한 文字이다. 外國語로 생각하고 천대하거나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知性人이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인간의 本性을 回復하여 어질고 착한 사람이 되게 하는 人格陶冶와 思考力과 創意性을 길러,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全人敎育에는 必須不可缺한 우리 固有의 文字이다.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는 政治家 敎育者 公務員 言論人 등 指導層에 있는 사람들은 잠시라도 이것을 잊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